
가이드한 곡들을 1차적으로 컨펌받는데, 한 곡씩 피드백하는 것보다 한꺼번에 흐름을 듣고 피드백하는 편이 좋겠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각각의 곡이지만 그 곡들이 연결되는 구성이고, 또 음악끼리만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 극의 흐름을 따라가야 하는 작업이라 유연하고 자연스럽게 잇는 것이 중요했다. 곡 자체가 하나의 이야기가 되는 경험은 많이 했지만 하나의 이야기 속에 여러 곡이 있고, 그 각 인물의 고백이 모여 한 메세지를 말하는 작업은 거의 처음이었다. 낯선 기분을 느낀다. 정말 새로운 경험이다.
그렇다면 전체 그림을 어떻게 잡아야 하나 고민이 되었는데 Terry와 이야기 중 전체 음악의 톤이 어떠해야 할지 감을 잡게 되었다. 우선 밴드 구성이 들어갈 것을 염두에 두고 있었는데, 곡의 성향이 아무래도 클래식에 가까웠다. 리듬이 상상되는 곡들도 있었지만, 그것이 드럼 리듬에 베이스가 붙고, 기타들과 피아노를 기반이 되는 리듬일까? 생각하니 아니었다. 오히려 오케스트라가 상상되고, 리듬이 붙더라도 고전 음악의 타악기가 상상되었다. 그렇게 생각해 보니 우리 음악의 요소들을 조금 더 생동감 있게 살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미지를 그리기에도 좋고, 다이나믹을 넓히기에도 좋고. 그런 부분들에서 음악이 넓혀진다면 메세지를 음악적 언어로 풀어내기가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향을 그렇게 잡고 보니 상상 속에서 음악이 더욱 확장되는 것 같았다.
다만 확장됨과 동시에 내 능력을 밖의 일이 시작되는 것 같아 떨리는 마음이 있었다. 해보지 않은 영역의 편곡이 어떻게 이루어질지, 무대에서는 어떻게 구현될지, 어떤 분들과 어떤 모양으로 함께하게 될지 등 질문이 많이 떠올랐는데 경험에서 끌어올 답변이 아무것도 없었다. 하나님의 마음이 궁금했다. 이 하나의 이야기에 음악을 어떻게 붙이고 싶으신지. 나에겐 어떤 것을 가르치고 싶으신지. 그렇게 가만 생각하는데 내가 보기에 아슬하고 두려운 이 상황에 놓인 것이 참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님만 의지할 수밖에 없는 일이라는 게 어떤 초청처럼 느껴졌다.
이 작업을 통해 어떤 하나님을 만나게 될지가 궁금하다.
긴장감 위로 잔잔한 기대가 피어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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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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