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주는 피아노 가이드 한 곡을 수정하고 새로운 곡 하나를 녹음했다. 먼저 수정한 곡은 ‘밝게, 개구지게, 가볍게’라는 키워드를 가진 곡이었다. 처음 가이드를 만들 때는 3박자의 왈츠, 춤을 추는 느낌을 떠올리면서 사뿐사뿐하게 피아노를 쳤는데, 막상 모니터를 해보니 루즈하고 단정한 느낌이었다. 전달받은 음성 메모 파일에 익숙해진 것과 춤을 추는 느낌에 대한 상상을 많이 안해본 탓에 의도는 아니었지만 차분하고 잔잔한 느낌의 가이드가 만들어졌었다.

키워드를 어떻게 음악으로 옮길까, 어떤 장치를 넣을까 고민하는데 섹션과 빅밴드가 떠올랐다. 먼저 섹션이란 모든 파트의 연주자들이 함께 특정한 라인을 맞추는 부분을 뜻하고, 빅밴드는 10명 이상의 재즈 밴드/오케스트라를 뜻한다. 그런 어택감 있는 요소들이 배우들이 대사를 뱉을 때 조금 더 개구지고 장난스러운 에너지를 던질 수 있는 장치가 되어줄 것 같았다. 음악과 가사에 맞춰 빅밴드의 사운드를 상상했다. 카타콤을 지키는 수호자들의 노래로서, 스윙 리듬에 브러쉬 드럼과 워킹 베이스가 얹어지고 섹션이 필요한 부분에 브라스 연주자들이 빵 하고 치고 나와 주는 사운드가 연상되었다. 그렇게 악기를 머릿속에서 붙이고 보니 춤을 추는 이미지나 유쾌한 톤의 목소리가 확 들려오는 느낌이었다.

새로 녹음한 곡은 복음을 진리로 받고 확신에 차 있는 주인공과 그 주인공을 이해할 수 없는 친구의 이야기가 담긴 곡이었다. 가사 한 줄 한 줄의 감정이 조금씩 달라 정말 섬세하게 표현되어야 했다. 내가 주인공이었다면, 내가 친구였다면 이 대사를 어떻게 뱉었을까? 상상하면서 먼저 악보에 키워드를 적어 내려갔다. 답답함, 초연함, 확신과 담대함, 조급함, 슬픔, 차분함, 밝음 등의 감정이 읽혔다. 내가 주인공이었던 적도, 내가 친구였던 적도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인물들의 마음을 이해하며 따라가다보니 자연스럽게 음악 안에 호흡이 생기고 대비감이 강조되었다. 다이나믹, 반주의 패턴 등 음악적 요소도 떠올라 그대로 녹음해 두었다.
단어와 문장을 음악으로 변환해가며 이야기를 더욱 깊이 이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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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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